[자작시] 또 하나의 봄
2025. 4. 9. 17:44ㆍ자작시

또 하나의 봄
같은 길, 같은 시간
개울을 따라 걷는 산책길
겨울눈 맺혔던 나뭇가지 위로
새봄이 쌓였다
작은 꽃봉오리
숨결처럼 부풀어 올라
끝내 피운 꽃 한 송이
봄 햇살 아래 꽃잎은
치마폭을 살포시 펴고 누워 있다
봄바람에 꽃잎은 너울너울
내 마음은 일렁일렁 흔들리며
이렇게,
또 하나의 봄이 흘러간다


▷ 시를 위한 짧은 글
매일 걷는 익숙한 길에서
나는 계절의 가장 조용한 순간들을 마주한다.
겨울눈에서 꽃봉오리가 되고,
꽃잎이 만개할 때까지
전 과정을 직관하는 기쁨이
오롯이 가슴속에 들어찼다.
꽃이 피는 속도만큼이나 천천히,
속앓이를 하며 지나온 겨울을 뒤로하고
이제는 또 지는 꽃잎에 애를 태운다.
새봄을 맞은 조용한 기쁨이 일기가 무섭게
또 한 계절이 지나가는 상실의 허무를 겪어야 한다.